국내 섬유패션 업종의 상당수 기업들이 2, 3세 자녀들의 가업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2,3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 새로운 영역(타업종)으로 외형 확장을 꾀하고 있다.
본지가 조사한 자료(도표 참조)에 따르면 2,3세 경영인으로 가업 승계에 나서고 있는 섬유패션 업종 그룹 및 중견기업은 20여 개사 이상에 달한다. 직물염색 업종의 중견기업들을 포함할 경우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섬유화학기업인 효성그룹의 경우 지난 4월 조석래 창업주(명예회장)가 타계하면서 장남인 조현준 회장,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효성과 HS효성으로 계열 분리를 완료하고 각자 그룹체제로 단독 경영에 착수했다.
장남 조현준 회장이 주도하는 효성그룹은 효성티앤씨를 중심으로 섬유화학, 정보통신 사업에 주력하고 조현상 부회장이 주도하는 HS효성그룹은 HS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산업용사 등 첨단소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HS효성그룹은 서류상으로 계열분리가 끝났으나 내년까지 공덕동 효성그룹 빌딩에서 당분간 두집 살림을 지속한 후 분가 한다는 방침이다.
섬유업종 그룹사 가운데 효성그룹 외에 2,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이 가시화된 기업은 DI동일 정도에 불과하다.
DI동일은 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 받으면서 2차전지 알루미늄박 사업으로 외형을 넓히며 대한방직협회 회장직도 맡았다. 그러나 최근 소액 주주들이 정헌재단 자금 대여와 관련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감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서 곤욕을 치루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퇴진 한 상태에서 경영복귀 시기만 노리고 있어 안개속이다.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를 노리며 대규모 섬유사업 투자를 천명 했으나 아직까지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성안그룹은 박상태 전 회장이 주력기업인 성안(성안머티리얼스로 상호 변경)을 매각함으로써 가족 중심의 경영이 완전히 해체됐다. 게다가 성안합섬 마저 정리 절차에 들어가 있어 그룹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
2,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은 패션기업군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영원무역그룹을 비롯해 휠라홀딩스, 패션그룹형지, 신원, 대현, 세정, BYN블랙야크, 한세예스24홀딩스, 제이에스코퍼레이션, 태진인터내셔날, 해피랜드F&C,F&F(F&F홀딩스) 등이 2, 3세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며 지분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원무역그룹은 성래은 부회장이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고 한국패션산업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2세 경영자로서 업계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패션그룹형지 최준호 부회장도 까스텔바작 대표이사에 이어 최근 형지엘리트 대표이사까지 맡으면서 업계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있어 업계내 2세 경영자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정의 박이라 세정씨씨알 대표도 세정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반해 가업 승계를 하지 않거나 멀어진 기업들도 눈에 띈다.
삼성그룹의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사업부 사장은 2세 경영자였지만 맡았던 사업체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패션업종에서 존재감을 상실한 사례가 됐다.
특히 패션 전문기업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에 합병되면서 주가조작 논란과 함께 패션사업도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랜드그룹의 박성경 부회장 역시 박성수 이랜드 회장과 함께 사업을 시작해 창업주 반열에 올랐으나 최근 이랜드월드 대표직과 이랜드파크 대표직을 모두 내려 놓으며 로얄패밀리이면서 더이상 영향력을 넓히지 못한 채 패션업계에서 존재감이 약화된 사례로 꼽힌다.
박 부회장의 자녀들도 아직까지 이랜드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정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3세 경영자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외형 확장을 꾀하고 있는 섬유패션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DI동일, 한세예스24홀딩스, 제이에스코퍼레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DI동일은 서태원 회장이 경영 전반을 관장하면서 방직(면방)사업에서 벗어나 2차전지 알루미늄박 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모양세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기존 패션사업이 부진하자 김석환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자동차부품 기업인 이래AMS 매입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 8월 대구지역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이래AMS(구 대우정공, 한국델파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는데 현재 기업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핸드백 전문기업인 제이에스코퍼레이션도 창업주 홍재성 회장의 장남 홍종훈 부사장 체제로 2세 경영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을 인수하면서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외에도 국내 대표적인 염료기업인 오영과 경인양행도 현재 창업주가 생존한 상태에서 2세 경영체제가 굳어져 미래사업 방향도 2세 경영자들이 주도해 나가고 있다.
오영은 창업주 정홍기 회장의 장남 정진욱 사장이 경영을 주도하면서 염료 국내 생산과 수출에 집중하고 있으며, 경인양행은 창업주 김동길 명예회장의 장남 김흥준 회장이 염료사업과 반도체부품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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