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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스토리-원조논쟁에 대해

등록일 2021년04월11일 00시1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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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나가 음식을 먹다 보면 우리가 먹는 비슷한 음식을 접할 때가 많다. 김치를 비롯해 만두, 순대, 된장, 두부, 볶음밥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김치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지만 비슷한 형태(절임)로 만드는 음식이 세계 곳곳에 많다. 특히 중국의 동북3성(과거 만주지역)은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김치를 즐겨 먹는 지역중 하나다.

 

베트남에도 우리나라 김치와 거의 흡사한 음식(고추가루가 전혀 안들어간 절인 채소)이 있다.

유럽에도 김치와 비슷한 음식들이 있는데 독일은 절임 양배추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물김치(동치미) 같이 고추가루 안넣고 절여 먹는 음식은 세계 곳곳에 있다.

 

중국에도 김치와 비슷한 음식이 있긴 하다. 파오차이(포채/泡菜)라는 음식인데 식초물에 절인 것으로 유럽의 피클, 일본의 쯔께모노(우리나라의 장아치)와 같은 성격의 음식이다.

이 음식들은 우리나라 김치처럼 양념을 하거나 국물을 먹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고추가루나 젓갈을 넣고 숙성시켜 먹는 김치와 같은 음식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유럽인들이 즐겨 먹는 염장식품인 소시지(살라미, 하몽 등)와 비슷한 것(향창, 납육, 훠투이)이 중국에도 있다. 이것도 중국인들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길날이 올 것 같다.

중국이 김치의 원조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한글을 두고 "원조가 중국이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은 음식 뿐만 아니라 한복까지 자기네 궁중 옷에서 베낀 것이라며 원조가 자기들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나간다면 일본의 오비, 베트남의 아오자이도 중국 것이 돼 버린다.

원조라는 것은 처음 만들어 먹었다는 것 때문에 따라 붙는 용어다. 사실 오래된 음식을 누가 언제부터 먼저 먹었느냐를 가려내는 것은 어렵다.

 

기록 문화가 원활하지 못한 옛날에 누가 이런 음식을 먼저 만들어 먹었다고 기록해 두는 일은 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역 혹은 전쟁을 하다 우연히 접한 다른 민족의 음식을 베껴서 만들어 먹었다고 해서 누가 다른 민족에게 배웠다고 할 민족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맛있으니 만들어 먹는 식이다. 우리가 카레를 수십년 전 쯤 처음 먹어보다 최근 보편화 된 것 같이 누군가에 의해 전해 졌을 수도 있고 누군가 우연히 개발해 보편화 됐을 수도 있다.

 

지금도 새로운 퓨전 음식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음식들의 원조를 과연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싶다.

 

기록 문화가 발달한 현대에 와서도 이런 것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음식점들이 원조 논쟁을 벌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음식을 개발해도 보편화 되기 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는데 처음 이것을 개발했다고 해서 원조를 당장 붙일 수 없기 때문에 원조에 대한 의식이 희미해지고 나중에 가서 서로 원조라고 주장해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원조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누가 먼저 개발했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가 즐겨먹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불교의 태동지가 인도 이지만 지금와서 인도를 불교국가로 치지 않는 것과 같다.

불교만 해도 태동지는 인도였지만 중국을 거쳐 한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여러나라로 번졌는데 가장 왕성하게 꽃핀 나라는 중국이였으니 중국의 문화는 인도 문화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된다.

 

원조를 따지는 것은 사람들의 관점에서 항상 첫 태동지를 찾고자 하는 습성 때문이다.

 

김치의 원조는 한국이 맞지만 이제 그 맛에 반해 세계인들이 찾다보니 중국이 슬거머니 원조 얘기를 꺼내 김치를 자기네 것으로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중국이 김치를 원조로 넣는다면 음식치고 중국이 원조로 안 넣을 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예를 들어 한문의 경우 중국 글자인데 세계인들이 한글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면 중국인들은 슬그머니 한글도 중국 한문에 기초하고 있다며 원조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자를 먼저 사용한 것은 중국이지만 한글이라는 독창적인 문자를 만든 것은 우리 민족임에 틀림 없는데도 중국이 어거지를 쓰는 것과 같다.

 

그렇게 중국이 어거지를 쓴다면 세계의 모든 문화가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한때 몽골족과 만주족이 중국(한족)을 지배 하면서 그들의 문화가 중국속에 스며 있는데 이것 또한 100% 중국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유럽, 중동, 동남아 지역 국가들과 교역 및 전쟁이 잦았던 중국이 그들로부터 전수 받은 음식이나 문화도 모두 자기네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문화가 충돌하면서 전수 받은 음식이나 기술 등은 여러 형태로 변질되고 또 그 민족 특유의 독창적인 것으로 바뀌거나 새로운 형태로 개발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따라서 어떤 음식, 어떤 문화를 두고 그 원조가 어디냐를 따지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조가 명확한 것은 그대로 받아들여 인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다. 우겨서 자기네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야만적인 침략 시대에나 있었던 짓이다. [조영준의 음식기행에서...]

(투데이포커스 ⓒ www.today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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