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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섬유패션 전시회, 지속가능한 길은 없나?

등록일 2025년03월14일 11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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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구국제섬유박람회(2025 PID)"가 지난 5일 개막해 3일간 일정을 마치고 7일 폐막했다. 
 
전시회 개최 결과 주최측은 3일간 약 12,700명의 참관객이 전시장을 방문하고, 참가업체들은 약 1억9천만 달러의 상담성과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시회 규모는 2024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국내외 11개국에서 261개 업체가 참가했다.
 
인도,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이 2024년에 비해 감소해 규모 축소의 원인이 됐다. 
 
국내 업체는 대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반면, 중소기업들이 떠받쳐서 간신히 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시회 개막식날 VIP룸에서 만난 한상웅 PID조직위원장(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은 "피를 토하듯 대기업들의 참가를 독려 했지만 이들 업체들이 나오지 않아 맥이 빠졌다. 국내 섬유패션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장 기업들까지 전시회에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국내 전시회가 유지 발전할 수 있겠는가"하며 성토 했다.
 
병마와 싸우며 전시회를 성대하게 열려는 애착 때문이였는지 한 위원장은 야위고 지쳐 보였다. 
 
한 위원장으로부터 전시회 준비기간 있었던 많은 얘기들을 들으면서 국내 섬유 전시회의 활성화 방안이 없는지 짚어 보았다. 
 
'23년이나 된 연륜 깊은 섬유전문 전시회가 왜 주관 단체장이 나서 읍소(泣訴)하고 어름장을 놓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 
 
23년 된 전시회는 저절로 굴러가는 행사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주최측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형국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전시회 전반을 꼼꼼히 들여다 보고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할 것 같다. 
 
PID뿐만 아니라 국내 섬유패션 전시회들이 안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글로벌 전시회 처럼 바이어가 많이 찾아오는 명실상부한 국제 전시회로 부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기가 침체될 경우 참가업체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경기가 침체되면 비용을 줄이기 마련이고 그런 측면에서 기업들은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지는데 국내 전시회는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국내 전시회에 바이어가 많이 오고 상담 실적이 글로벌 전시회에 비해 높다면 굳이 나오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나오겠다는 업체들이 줄을 설 것이 뻔하다.  
 
경기가 활성화 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것은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이럴 때 역발상을 제안하는 이들이 있다. 부스비(참가비)를 대폭 낮추거나 아예 영세기업, 신생기업에는 부스비를 안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1차적인 문제(참가업체 저조, 규모축소)는 해결된다는 것.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의 경우 우수 디자이너 발굴 및 입주기업 육성과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서울패션허브 브랜드 쇼케이스'를 열면서 7년 이하된 신생 기업에 무료 참가 기회를 주는데 이를 PID전시회가 도입하면 신생기업 육성은 물론 규모 확대와 참가업체 증가 등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PID의 경우 부스비에서 4억원(참가업체 완납기준) 가량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 부족분(신생기업에 무료 부스를 부여하는 방안)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문제이다. 
 
하지만 무료 참가는 신생기업에 한정됨으로 다른 곳에서 자금을 아끼거나 지자체의 지원(신생기업 육성 지원금)을 더 이끌어 내면 가능한 일이다.

총 11억원이 투입되는 전시회 자금에서 비효율적인 부분(글로벌 유명 전시회 주최사들이 어떤 곳에 자금을 집중 투입해 전시회를 육성하는지 분석해야 함)은 과감히 줄이고 오로지 전시회를 활성화시키는 쪽으로 자금을 집중시켜야만 한다.

이렇게 된다면 전시회 규모도 키울 수 있고 허리 및 아래 부분이 취약한 섬유패션산업도 육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문제는 지자체장과 지역 의원들이 바라보는 섬유산업에 대한 인식이다.
 
전시회의 파이(규모)를 키우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자금지원이 확대돼야 하는데 섬유패션 업종은 오래된 산업이라는 인식에다 지자체장의 성향(섬유패션산업을 중시하는 시장과 홀대하는 시장)에 따라 자금지원도 초창기 대비 갈 수록 감소하고 있어 이런 발상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의 일부 의원들은 '참가업체와 바이어가 감소하는 전시회가 지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하며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데 실제 전시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지역 경제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인식이다.  
 
전시회가 개최됨으로써 파생되는 지역 경제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전시회가 축소되거나 힘을 잃는 것도 지역 경제에는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어떻게든 업종 단체들과 보조를 맞춰 오래된 전시회를 활성화 시키고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역 경제의 앞날은 더욱 암울할 뿐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지자체나 업계 주관 단체가 전시회 기획 방향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비효율적인 곳에 자금을 투입하거나 작은 이권에 연연해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닭(인프라 구축)이 먼저인가, 계란(결실)이 먼저인가를 따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제자리에서 맴돌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관련 지자체나 주관 단체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국내 섬유 전시회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고, 민간이 단독으로 여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PID 역시 민간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지자체의 자금(대구시 5억원, 경북도 2억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공무원과 지역 의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갈 수 밖에 없는 행사다.
 
그래서 글로벌 전시회들이 하지 않는 개막식을 성대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개막식에는 의례히 지자체장(시장, 도지사)들과 지역 의원, 관공서 단체장들이 참석하는 행사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전시회(대부분 민간 기업이 주도)는 이런 행사들이 없다.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홈텍스타일 전시회인 하임텍스틸의 경우 국제 기자단만 초청해 특별 트렌드 전시품을 보여 주는게 개막식 행사였다.
 
이번 2025 PID에서는 지자체장이 주관하는 오찬 행사가 과감히 생략돼 비용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개막식 행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이런 행사가 없어지면 좋겠지만 민간 주도의 전시회가 아닌 이상 없어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지자체의 자금 지원 없이 업계나 민간이 단독으로 전시회를 끌고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관례(지자체 단체장 및 의회 대표들이 나와 인사말을 하고 전시장을 돌아보는 행사)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개막식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시회와의 협력도 지자체의 여러 입김이 작용하는데다 주관 단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어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 최대 규모 섬유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 독일 메쎄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인터텍스타일을 비롯해 하임텍스틸, 테크텍스틸, 텍스프로세스 등 굵직한 글로벌 전시회를 해외 여러 곳에서 열면서 그 지역 국내 전시회들과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철도기술산업전이 좋은 사례다. 

국제철도기술산업전은 메쎄프랑크푸르트와 공동 주최함으로써 규모를 키우고 해외 출품업체와 바이어를 끌어 들이는데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세계 최대 규모 섬유기계전시회인 ITMA도 2001년과 2005년 두차례 일본섬유기계협회(JTMA)와 공동으로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바 있고 이후 중국섬유기계협회(CITME)와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후 다시 싱가포르 공동 개최로까지 가고 있다. 
 
글로벌 전시회들도 지역 전시회와 공동 협력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협력을 적극 도모하고 있으나 국내 섬유전시회는 아직 해외 기업과 협력한 사례가 없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 베트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이 메쎄프랑크푸르트와 협력해 전시회를 열고 있어 이들 지역 전시회의 파이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중국 섬유단체들과 협력한 인터텍스타일은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중국도 단독으로 전시회를 열고 싶었겠지만 왜 메쎄프랑크푸르트와 협력을 했는지 우리 업계가 잘 분석해 봐야할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대구(PID), 부산(PFB/패패부산), 서울(PIS) 모두 섬유 전시회는 정부(산업통상자원부) 혹은 지자체 주도하에 업종 단체들이 주관이 돼 개최하다 보니 해외 협력에도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

국내 전시회가 연륜은 오래 됐지만 아직 혼자 힘으로 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 지자체가 당분간 자금을 지원하되 영향력을 최소화 하고 주관 단체들도 혼자 힘으로 섬유전시회를 글로벌화 할 수 없다면 해외 기업들과 협력을 도모해 가는 것이 전시회 활성화의 한 방법일 수 있다. 
(투데이포커스 ⓒ www.todayf.kr)
조영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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