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의 계절이다. 마트 곳곳에서 감을 팔고 있다. 단감과 홍시가 많이 보였다. 아내가 감을 싸왔다. 아이들은 먼저 먹으려고 후다닥 설쳤다.
나는 버릇처럼 또 이렇게 말했다.
"감을 왜 사먹지..."
아내와 아이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본다.
"..."
나는 매번 감을 보면서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한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감은 돈주고 사먹는 과일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감은 시골집 마당에 지천으로 늘려 있었다.
봄에는 감꽃이 만발했고 여름에는 파릿파릿한 덜익은 감이 발에 밟히는 것은 다반사였다.
가을이 오기전 덜 익은 감을 따다가 장독 속에 넣고 소금을 넣은 후 삭혀서 먹기도 했다.
가을은 감이 익어가는 계절이였다. 집집마다 빨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를 부러뜨릴 만큼 많이 달렸다.
이때쯤 감을 따다가 껍질을 벗겨 말렸다. 겨울에 먹을 곶감이 이렇게 탄생됐다. 곶감이 되기전 덜 말린(반건시) 곶감이 맛있었다.
곶감으로 선택받지 못한 감들은 빨갛게 익어 주렁주렁 계급장처럼 매달렸다.
때론 홍시가 떨어져 감나무 밑은 온통 감범벅이 되곤 했다.
감이 썩으면서 나는 달콤시쿰한 냄새도 진동을 했다.
늦가을이 되면 장대로 홍시를 따느라 바빴지만 겨울이 오기전까지 감을 다 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까지 나무 꼭대기에 홍시가 메달려 있었다. 이것을 까치밥이라고 한다.
실제 까치가 와서 이 홍시를 먹고 가곤 했다.
눈 내리는 겨울 시골집 장독에는 홍시가 가득 담겨 있었다. 긴 밤 홍시는 귀한 야식이였다.
이렇게 1년 내내 감은 주위를 맴돌았다. 그래서 감은 돈을 주고 사 먹는 과일이 아니였던 것이다.
(조영준의 스토리텔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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