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과 김, 그리고 간장. 밥 한공기에 반찬은 김과 간장으로 한끼를 해결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웃었지만 나는 김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며 맛있게 먹었다. 밥 한 공기가 금새 비워질 정도로 김은 맛이 있었다.
김에 대한 추억은 어린시절로 거슬러올라 간다. 어린시절 심부름으로 이웃집을 방문 했는데 그 집 할아버지께서 김 하나만 반찬으로 삼아 공기밥 한그릇을 비우고 있었다.
밥은 꽁보리밥 이였는데 산봉우리를 연상시켰다. 그때 그 기억이 지금까지 또렷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간의 스님들 보다 더 소박하게 한끼 식사를 해결하던 그 할아버지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음식 욕심이 강했던 유년시절에는 그 의미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때는 할아버지 댁이 가난해 반찬도 없이 김 하나만 드셨구나 '안됐다' 하는 생각이 지배적 이였다.
이후 세월이 흘러 김을 보면 그때 그 할아버지가 자꾸 생각났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 풍성하고 다양한 반찬, 한 상 가득히 차례지는 음식을 부지런히 찾았을 뿐 그 김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이제 나이를 먹으니 그때 그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음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세상의 모든 탐욕은 음식에서 시작된다.
너무 많은 영양가를 지닌 음식, 정력을 보강시키는 스테미너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탐욕의 음식을 자제하지 못함으로써 병이 생기고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조영준의 음식 에세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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