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중략)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1955년 10월 15일 작품)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 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것만.
(1956년 작품).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듣기: http://porky.tistory.com/834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와 숙녀','세월이 가면'의 시인 박인환. 그를 기리는 박인환문학상 시상식(제 9회)이 10월 11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인근 '만해마을'에서 개최됐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인제 만해마을에 시인 등 문인들과 음악가(초청가수:이명우/가시리-제1회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자)들이 많이 모였다.
시현실 원탁희 발행인, 지인들과 함께 인제를 다녀오면서 젊은 나이로 요절한 시인 박인환을 느껴보았다. 우리는 박인환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젊은시절 박인환처럼 살고 싶었던 때가 있었지, 아마 그건 스스로를 잘 몰랐던 그 시절의 사치였겠지...'
세월은 가고, 이제 박인환을 기릴 뿐 그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런데도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 자꾸만 떠나는 것일까?.[박인환을 기리며 떠난 문학기행 중](조영준의 여행스토리에서...)
■ SNS: ▶트위터 ▶페이스북 ▶홈 ▶블로그
(투데이포커스 ⓒ
www.today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