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에서 오랜만에 권투(복싱)경기를 봤다. TV속 경기장의 사람들은 흥분하며 열광 했지만 나는 별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왜 이제 권투에 흥미를 잃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권투 하면 홍수환, 유명우, 박종팔 같은 선수들이 떠올랐다. 다른 의미에서 고 김득구도 떠오른다.
그때 우리들은, 또 나는 왜 그렇게 열광하고 흥분 했을까? 누군가를 링위에 때려 눕힌다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우리편 선수가 링위에 쓰러진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주먹을 불끈 쥐고 때려 눕히라고 소리치곤 했다.
온 나라가 TV 속에 빠져 권투를 보며 열광했다. 고단한 삶과 정치적 혼란기에 권투는 위안이 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권투의 광란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느날 김득구의 죽음은 우리가 그렇게 열광했던 권투에 대한 수십년 광란을 잠재웠다. 1982년 11월 18일이였다.
며칠전 TV를 보니 김득구의 아들이 성장해 의사가 됐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 기일에 과연 어떤 느낌을 가질까? 생각하니 착찹한 마음이 들었다.
김득구의 죽음으로 인해 아마추어 권투에 헤드기어를 쓰게 됐는데 그것도 이제 없앤다고 하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이제 우리집 아이들은 내가 어릴 때 열광하던 권투를 보지 않는다. 세상은 많이 변했고 권투는 인기를 잃었는데 링 밖의 세계는 왜 이렇게 잔인한 사건들이 많이 생기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링 밖에서 때리고 죽이면서 사람들은 더 잔인해 졌다. 권투를 통해 누군가 링 위에 쓰러지기를 갈망했던 그 광란이 링밖으로 나와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조영준의 다이어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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