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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文정부식 공정

등록일 2021년06월18일 16시2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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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 세계일보 논설위원

 

[투데이:배연국 세계일보 논설위원]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한다. 

 

철로 된 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여 죽이고 침대 길이보다 길면 잘라서 죽였다. 

 

그가 사람의 길이를 똑같이 만든 이유는 그것이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획일적인 일방통행식 공정이다.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제의 통치 철학은 정의와 법치였다. 그는 유년 시절에 “정의는 어떻게 배웠느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그날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들려준다. 

 

작은 옷을 입은 덩치 큰 소년이 몸집에 비해 큰 옷을 입은 왜소한 소년을 발견했다. 큰 소년은 작은 소년의 옷을 빼앗아 바꿔 입었다. 

 

선생님이 이 행위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키루스는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맞는 옷이 되었으니 그게 옳다”고 했다가 따끔하게 혼이 났다. 

 

옷이 몸에 맞느냐가 아니라 옷을 빼앗는 행위가 정당한지를 먼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법과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정의와 공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코미디도 잘못된 공정이 화근이다. 김용익 이사장은 콜센터 직원 정규직화 문제를 놓고 콜센터 노조와 공단 노조가 갈등을 빚자 14일 돌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민간 위탁업체 소속인 콜센터 직원들은 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공단 노조는 “최소한의 경쟁 절차도 없이 사기업 직원을 공단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은 공정성을 해치는 역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사태의 근원은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으로 달려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대책 없이 정규직을 ‘잡아 늘이는’ 공정은 프로크루스테스식 공정에 불과하다. 프로크루스테스란 ‘잡아 늘이는 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악당은 결국 아테네 영웅 테세우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죽임을 당했다. 

 

예수는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의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마라”고 말했다. 거룩한 공정이 돼지 발굽에 함부로 짓밟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이 칼럼은 세계일보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투데이포커스 ⓒ www.todayf.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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